Sigil 0.8.7 쓰세요.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2021. 7. 24. 14:26● 독서

Sigil 0.8.7 쓰세요.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Sigil(이하 편의상 한국어로 '시길'이라고 하겠습니다.)은 현재 전자책을 만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툴일 겁니다. 이제까지 나온 어떤 전자책 편집기보다 오래 되었고, 이 글을 쓰는 2021년 1월 까지 아직 대체할 만한 툴이 없을 정도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개발된 오픈 소스 기반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제 1.4 버전이 나왔습니다. 프로그래밍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거나, 관심이 높으신 분들이라면 그 버전을 사용해 됩니다.

제가 달은 제목에 해당되시는 분들은 그 외의 분들입니다. 물론, 제 말을 꼭 들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전자책을 만들면서 또는 관리하면서 받을 스트레스는 이것 외에도 도처에 널렸다는 점입니다.

다음 문항을 한 번 체크 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기에 해당되는게 하나라도 없다면 저는 시길 0.8.7 버전을 사용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질문들

1.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시거나 관심이 많으신가요?

- 프로그래머, IT 관련 직종자(기획자, PM 포함)

2. 프로그래밍을 배우실 시간이 많으신가요?

- 회사에서 전자책 업무만 담당한다.

- 로또 당첨자

- 주말에 만나는 사람이 없거나 취미가 전무하다.

3. 영어에 능숙하신가요?

- 시길을 다루는 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네이버 지식인이나 카페가 아니라 스택 오브 플로우나 모바일리드 같은 외국 사이트에서 답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질문 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상위 버전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 세 질문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쉬운 길로 가는게 좋을 겁니다.

시길 0.8.7과 그 상위 버전들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 보죠.

1. ePub 에러 체크 프로그램

시길 0.8.7버전 까지는 ePub 에러 체크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플라이트 크루 모듈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0.8.7버전까지는 가장 안정화된 상태로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후 버전 부터는 시길의 개발 정책이 많은 기능을 플러그인으로 할당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에러 체크 프로그램은 별도가 됩니다.

게시판을 둘러보거나 10년동안 전자책 제작 강의를 하면서 듣는 질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러그 인이 이 에러 체크 프로그램인데요. 이미 기본 내장있다면 별도로 플러그인을 설치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초보분들에게는 0.8.7 버전을 권합니다.

2. 북뷰제공

버전업 되면서 사라진 기능 중 하나가 북뷰 기능입니다. 코드에 익숙한 분들은 별 문제 없겠지만, 수시로 코드와 북 화면 상태를 확인하시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일 겁니다.

0.9 버전부터는 플러그인으로 이 기능을 대체하는 것 같은데요. 0.8.7 버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했던 기능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 파이썬을 사용한다는 건 뭔가 주객이 전도 된 것 같습니다.

한 두 개의 필요 기능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램을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자책 일을 하다면 속터지는 일은 쎄고 쎘습니다.

만약, 여러 가지 플러그인 기능을 필요로 한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이라면 파이썬 설치 방법이나 플러그인 설치 운영 방법에 대한 질문을 올리거나 진행이 안되서 발을 동동 굴릴 이유도 없으실 겁니다.

3. 시길의 개발 방향

개인적으로는 0.8.7까지는 개발진이 꽤 고민을 했던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Pub3 제작을 위한 방법으로 0.8 버전대부터 플러그인 처리로 epub3 전환하기와 epub3에러 체크 기능을 제공했으니까요.

이후 0.9 버전부터는 프로그래머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봅니다. 코드뷰를 중심으로 두고 북뷰를 기본 기능에서 뺀다든지 말이지요. 그 외의 기능들을 플러그인으로 가동하게 한 것도 전형적인 개발자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 것 같습니다.

개발자적인 시각에서는 이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기능이 빠지고 외부 프로그램으로 돌릴 수 있게 되어, 코드 에디터로서의 기본기능을 강화해 성능이 향상될 여지는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시길의 주 사용자가 개발자나 그런 성격의 사람들만이냐라고 한다면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코드 기반이지만 그나마 여러 편의 기능을 제공해 주었기에 비개발자나 프로그래밍에 익숙치 않은 분들도 이 툴로 전자책을 제작해 올 수 있었습니다.

OS단에서의 문제가 없다면 그래서, 저는 초보자 분들이 0.8.7 버전을 사용하길 권합니다.

4. 파이썬

플러그인을 구동하려면 PC나 맥에 파이썬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맥의 경우는 2.7 버전이 이미 깔려 있습니다. 터미널 앱을 키시고 나오는 창에 python이라고 입력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파이썬 입력기 구동) 그리고, 설치된 버전이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파이썬 버전은 또 3입니다. 곧 4 버전이 나온다 만다는 루머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환장하게 만드는게... 2와 3는 간혹 호환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2를 기반으로 개발된 플러그인이 3 버전에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한때, 파이썬 생태계는 그래서 2와 3버전의 투 트랙으로 가는 방향으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파이썬 2와 3버전용 플러그인을 동시에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길의 manage plugin을 보시면, 2와 3버전 입력 경로가 있습니다. 보통은 auto를 누르면 자동으로 알아서 파이썬이 설치된 경로를 인식해서 입력해 줍니다만... 간혹... 이게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ㄱ- 그럴때는 일일히 파이썬이 설치된 해당 경로를 찾아서 입력해 주어야 합니다.

맥은 더 골때리는게 이 경로가 윈도우처럼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특별한 옵션을 설정해야 어딘가 숨은 폴더를 열고 그 경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이 것 때문에 고생좀 했습니다.-_-a 그리고, 맥은 업데이트에 따라서 이 경로를 다시 세팅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ㄱ-

이후 문제는 또 있습니다.

파이썬은 IT진영에서 핫하고 쉬운 언어가 맞습니다. 최근에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며, 개발자 기준으로 매우 쉬운 언어 체계이기 때문에 시길의 플러그인 개발에도 이 언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쉽다는 기준은 저를 포함해서 0.8.7 버전 사용자들 기준은 아닙니다. 개발에 관심 있거나 그걸로 밥벌어 먹는 사람들에게 쉬운 언어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파이썬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따로 컴파일이 필요치 않고 즉석으로 프로그램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컴파일이라는 말을 모르신다면 0.8.7 쓰시길 권합니다.)

이런 특성은 언어의 기능이나 관련 라이브러리들이 급속도로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속도를 중시하는 개발팀에서는 이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이런 변화에 따라가는게 비 개발자인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어제까지 제대로 돌았던 프로그램이 파이썬 버전 업이나 제공되는 라이브러리 개발 방향에 따라 다시 세팅을 해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는 분들에게(저도 포함해서) 이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5. 도구는 자신에게 맞아야 합니다.

도구는 사용자의 손이자 발과 같습니다. 익숙해야 하는게 제일입니다. 최신 버전의 안정성이나 확정성, 기능이 탐날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것은 오히려 짐이 될 뿐입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0.8.7 버전으로 epub2부터 만들고 에러 체크 해 보고 반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조금 공부를 한 뒤에 이후 버전을 사용해 늦지는 않습니다.

국내도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아직은 주류가 epub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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