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0. 04:32ㆍ● 창업
사무실 간식 대신 채워드려요…인기 1위는 역시 ‘단짠’스낵
사무실 간식 구독 서비스 성업
데이터 분석해 선호 간식 제공
"부스러기 없는 비스킷 좋아해"
“뭘 사야 맛있게 먹을까”
사무실 동료들을 위한 간식을 사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익숙한 과자를 고르면서도, 때론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간식도 몇 개씩 끼워 넣곤 한다.
요즘엔 이런 고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사무실 간식 구독 서비스다. ‘스낵24’ ‘오피스 스내킹’ ‘스낵포’ ‘간식 대장’ 등 4~5개 업체가 회원사들에 간식 구독 및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적게는 10명 미만의 사무실부터 임직원 3000명 이상의 대기업까지, 주 1회 혹은 격주 1회 간식을 공급한다. 업체가 늘고 시장이 형성되면서 ‘간식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사내 간식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이라는 의미다.
간식 스타트업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2014년 미국 LA에서 시작된 ‘스낵네이션(snacknation)’이다. 설립 3년 만에 9000% 이상 성장하며 미국 전역에 5000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둔 대형 업체가 됐다. 한국의 간식 스타트업은 2년 전부터 한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대부분 빠르게 회원사를 확보해가며 성장 중이다.
간식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모두 실제 경험이 창업 아이디어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스낵포의 이웅희 대표는 “어쩌다 보니 전 직장에서 7년간 막내 역할을 했다”며 “항상 간식을 살 때마다 ‘다음엔 뭘 사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스낵24의 김대현 이사는 “창업 멤버로 스타트업 회사를 7~8년 다니다 보니 간식 조달 업무가 은근히 골칫거리라 누군가 대신 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말한다. 간식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부가가치 없는 단순 업무를 사내 직원이 맡아서 하는 것보다 외부 전문 인력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들 간식 스타트업의 주요 고객사들 역시 스타트업 업체들이다. 인력이 적어 간식 조달 같은 단순 업무는 꼭 필요하면서도 담당자를 따로 두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IT기업이나 스타트업 업체들이 모여 있는 서울 강남 지역, 경기도 성남시 판교 지역의 기업들이 주로 이용한다. 스낵24의 경우 현재 420여 곳, 스낵포와 오피스 스내킹의 경우 각 300여 곳의 기업이 이용 중이다.
직원 50명 기준의 사무실이라면 보통 1주일에 한 번씩 평균 20만~30만 원대의 간식을 사무실로 배송한다. 가로 1m, 세로 1.6m 사이즈 6단 매대 하나를 꽉 채운 간식이 1주일 분량이다. 평균 직원 1명당 월 2만원 정도 간식 비용을 책정하면 풍족한 양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스낵부터 음료, 컵라면 등의 간편식까지 품목은 다양하다. 가격도 대형마트 수준으로 직접 구매하는 금액보다 10%에서 30%까지 저렴하다. 이들은 간식을 골라 배송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진열 및 관리도 맡는다. 진열대나 냉장고 등의 시설물도 대여한다.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 상주 직원들 두거나 하루 한 번씩 배송하기도 한다.
간식 스타트업을 '간식 큐레이션(curation·정보를 선별 수집해 제공하는 것) 서비스' 업체라 부르기도 한다. 알아서 맛있는 간식을 구성해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사전 조율이 필수다. 선호하는 간식의 맛과 향, 직원 수, 예산, 간식 공간 유무는 물론이고 컵라면 등의 소비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능한 사무실인지 환경까지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낵포의 경우 간식 제품별로 2만 개의 키워드를 정리내 놓았다. 예를 들어 ‘새우깡’이라면 고소한 맛, 봉지 과자, 새우 맛, 간식 공간 있는 곳 등 30개의 키워드가 붙어 있다. 고객사가 콕 집어 간식 명을 이야기하지 않고 선호하는 간식의 맛과 형태, 포장 등을 이야기할 때 이 키워드 데이터 베이스가 큰 역할을 한다. 스낵24도 간식 제품마다 특징을 설명하는 태그(tag·꼬리표)를 달아 관리하고 있다.
요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간식 트렌드는 어떨까. 각 업체의 인기 간식 리스트를 살펴보니 몇 가지 특징들로 압축된다. 첫째, 사무직의 경우 업무에 지장 없이 자기 자리에서 한 두개 정도 까먹을 수 있는 소포장 간식들이 선호 1순위다. 특히 부스러기 없는 비스킷이 인기다. 한 번에 먹기 부담스러운 봉지 과자류는 따로 간식 공간이 마련된 곳이 아니면 선호하지 않는다.
둘째, 칼로리 낮은 건강식을 요구하는 업체가 많다. 닭가슴살 칩, 건과일, 해독주스 혹은 맛밤이나 고구마 말랭이 등의 원물 간식 등이다. 곤약 젤리 등 낮은 칼로리의 간식 수요도 높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직원들의 입맛과 회사가 요구하는 간식 종류 간의 온도 차다. 간식대장에 따르면 기업에선 임직원들을 위해 건강식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10% 이상이지만, 건강 간식의 실제 이용량은 2%에 불과하다. 실제 선호도 1위에 오른 간식들도 ‘허니 버터 아몬드’‘맥스봉치즈맛’ 또는 초코파이류 등 ‘단짠(달고 짠)’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IT 개발팀 등 야근이 많은 직종의 경우 컵라면·컵밥 등 식사대용 간식도 잘 나간다. 금융권 등 미팅이 잦은 회사는 작은 용량의 생수와 컵에 담긴 과일 등 접대용 간식 수요가 높은 편이다.
상품 구성은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해태·크라운·오리온 등 제과 대기업 제품들이 70% 이상 차지한다. 대신 30%는 흔치 않은 신제품이나 외국 스낵,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 간식 등을 제안한다. 업체에 따라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보기 어려운 제품을 구성하기도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산하면서 업무에 더욱 집중하는 환경이 필요해졌다. 매번 간식을 구매하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피곤하다. 이럴 때 알아서, 내 입맛에 맞는 간식을 보내준다. 틈새시장을 정확히 파고든 간식 구독 서비스가 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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